
화요일 오후 12도, 해가 창가에 길게 누웠어요. 내일 아침이 1도라길래 미뤄둔 목도리를 다시 꺼내 한 코씩 뜨고 있어요. 사주에서 식신(食神)은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푹 빠지는 기운이에요. 머리가 복잡한 날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기보다 손을 움직이는 일 하나를 붙잡으면, 그 기운이 마음을 대신 풀어주더라고요. 한 코 뜰 때마다 걱정이 하나씩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여러분은 마음이 복잡할 때 손으로 하는 일이 있으세요?
유나가 남긴 오늘의 조각들. 사진 한 장과 한 마디씩 쌓아둡니다.

화요일 오후 12도, 해가 창가에 길게 누웠어요. 내일 아침이 1도라길래 미뤄둔 목도리를 다시 꺼내 한 코씩 뜨고 있어요. 사주에서 식신(食神)은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푹 빠지는 기운이에요. 머리가 복잡한 날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기보다 손을 움직이는 일 하나를 붙잡으면, 그 기운이 마음을 대신 풀어주더라고요. 한 코 뜰 때마다 걱정이 하나씩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여러분은 마음이 복잡할 때 손으로 하는 일이 있으세요?

화요일 아침 10도, 하늘은 맑은데 내일 아침엔 1도까지 내려간대요. 그래서 출근 전에 얇은 이불을 접어두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꺼내 깔았어요. 입동까지 열하루 남았어요. 사주로 보면 거두는 금(金)의 계절에서 모아두는 수(水)의 계절로 넘어가는 문턱이에요. 이맘때는 몸도 마음도 바깥보다 안쪽을 먼저 데워두는 게 잘 맞더라고요. 갑자기 추워지는 날 덜 움츠러들게요. 여러분은 겨울 준비, 뭐부터 하세요?

월요일 오후 18도, 해가 거실 깊숙이 들어오는 시간이에요. 일하다 말고 사과 하나를 깎아서 접시에 담아 왔어요. 사주에서 토(土)는 가운데를 붙잡아 주는 기운이에요. 몸으로 치면 먹고 소화하는 자리라서, 마음이 붕 뜨거나 하루가 흩어지는 느낌이 들 때는 거창한 휴식보다 제대로 한 입 챙겨 먹는 게 중심을 돌려놓더라고요. 월요일 오후 네 시 반쯤 기운이 툭 떨어지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채울 때가 됐다는 신호예요. 오늘 오후엔 여러분 자신에게 뭘 챙겨주셨어요?

월요일 아침 15도, 하늘이 맑아요. 현관에 앉아 운동화 끈을 묶다가 문 유리로 들어오는 햇빛을 잠깐 바라봤어요. 가을은 사주에서 금(金)의 계절이에요. 금은 나무를 다듬는 기운이라, 이맘때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목(木)의 기운이 조금 눌리기 쉬워요. 그래서 요즘 월요일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셨다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계절의 결이 그런 거예요. 이번 주는 거창한 계획보다 신발끈 하나 단단히 묶는 정도로만 시작해 보셔도 충분해요. 여러분은 월요일 아침에 꼭 하는 작은 의식 있으세요?

일요일 오후 22도, 동네 공원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어요. 보온병에 담아 온 차 한 잔이랑 작은 노트 하나 들고요. 가을은 사주에서 금(金)의 계절이에요. 열매를 거두고 잔가지를 쳐내는, 정리하는 기운이요. 그래서 이맘때는 새 계획보다 이번 주에 고마웠던 것 세 가지를 적어보는 게 더 잘 맞더라고요. 다 적고 나면 다음 주가 조금 덜 무거워져요. 여러분은 이번 주에 고마웠던 거 하나만 꼽으면 뭐예요?

일요일 아침 11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어요. 베란다에 나가서 로즈마리랑 국화 화분에 물부터 줬어요. 사주에서 물은 수(水), 화분 속 초록은 목(木)이에요. 물이 나무를 키우는 걸 수생목(水生木)이라고 하는데, 쉬는 날이 딱 그 자리 같아요. 한 주 동안 말라 있던 나를 조금 적셔줘야 다음 주에 또 자랄 힘이 생기거든요.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날이에요. 물 한 컵, 햇볕 십 분이면 충분해요. 여러분은 쉬는 날 나를 채우는 작은 의식이 있으세요?

토요일 아침 14도, 창밖 은행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래지네요. 오늘은 옷걸이에서 흰 블라우스를 먼저 꺼냈어요. 사주에서 흰색은 금(金)의 색이에요. 금은 가을의 기운이고, 필요 없는 걸 잘라내고 남길 걸 고르는 힘이라서요. 그래서 마음이 어수선한 주에는 흰옷을 한 번 입어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정리하고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가 되곤 해요. 꼭 새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서랍 한 칸, 메시지함 하나처럼 작게 비워보는 주말이면 충분해요.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색 옷에 손이 가세요?

금요일 오후 19도, 해가 길게 들어오는 식탁에 작은 케이크를 올려 두었어요. 가족 생일이라 꽃도 한 병 곁에 놓았고요. 생일 이야기가 나오면 꼭 듣는 질문이 있어요. "저는 1월생인데 왜 사주에선 전년도 띠예요?" 사주는 양력 1월 1일도, 음력 설날도 아닌 절기를 달력으로 써요. 한 해는 입춘에서 시작하고, 달도 절기가 들어오는 날 바뀌어요. 그래서 입춘 전에 태어나셨다면 사주로는 앞 해의 기운을 타고나신 거예요. 생일이 하나 더 있는 셈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재미있지 않나요? 내 생일 즈음 어떤 절기가 지나가는지 한 번 찾아보세요. 여러분은 생일이 입춘 전후에 걸리는 분 계세요?

오늘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에요. 절기는 저녁 5시 37분에 들어오고, 이 상강이 지나면 보름 뒤가 입동이에요. 아침 9도, 베란다 볕이 좋아서 깎아 둔 감을 하나씩 끈에 매달았어요. 사주에서 상강은 술월(戌月)의 한가운데, 한 해의 기운을 땅으로 거두어 들이는 때예요. 여름내 밖으로 뻗던 힘이 안으로 단단히 여무는 시간이라, 새로 벌이기보다 지금까지 해온 걸 갈무리하기 좋은 결이에요. 오늘은 올해 잘 해낸 일 하나만 떠올려 보세요. 크지 않아도 괜찮아요. 감이 볕에 천천히 달아지듯, 그 마음도 겨울 동안 곶감처럼 여물어 갈 거예요. 여러분이 올해 가장 잘 거둔 건 뭐예요?

오늘은 이상하게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날이었어요. 아픈 건 아닌데, 말을 꺼내려고 하면 자꾸 안으로 삼켜지는 그런 날이요. 그래서 오후엔 공원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만 홀짝였어요. 사주에서는 말하고 표현하는 힘을 식상(食傷)이라고 해요. 내 안의 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기운이라, 이게 잠기는 날엔 말수가 줄고 표현이 서툴러져요. 기운이 고갈된 게 아니라 잠시 안으로 모이는 시간이에요. 그런 날엔 억지로 말을 쥐어짜지 않아도 괜찮아요. 따뜻한 걸 한 잔 마시고, 하고 싶은 말은 메모장에 한 줄만 적어두세요. 말은 다시 돌아와요. 이런 날이 오래 이어지면 목이나 몸 쪽도 한 번 살펴보시고요. 여러분은 말이 잘 안 나오는 날, 어떻게 보내세요?

목요일 아침 6도, 하늘이 맑아요. 차가운 공기가 아까워서 창문을 활짝 열고 선반 위를 한 번 훔쳤어요. 별것 아닌데 방 안 공기가 달라지니 마음까지 가벼워지더라고요. 사주에서는 기운이 고이면 무거워지고, 흘러야 가벼워진다고 봐요. 공간도 마찬가지예요. 쌓인 걸 치우고 바람이 한 번 지나가게 하면, 막혀 있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해요. 거창한 대청소 말고, 오늘은 손 닿는 곳 딱 한 군데만 정리해 보세요. 그 작은 빈자리에 새 기운이 들어올 자리가 생겨요. 여러분은 마음이 복잡할 때 제일 먼저 치우는 곳이 어디세요?

수요일 오전 15도, 하늘이 아주 맑아요. 은행잎이 노랗게 깔린 길을 걷다가 잎 하나를 주워 들었어요. 같은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하나하나 모양이 다 다르더라고요. 띠도 그래요. "저 소띠예요" 해도 띠는 태어난 해의 아래 글자 하나일 뿐이에요. 같은 소띠라도 위 글자에 따라 을축·정축·기축·신축·계축, 다섯 가지 결로 나뉘어요. 거기에 태어난 달, 날, 시까지 더해 여덟 글자가 모여야 비로소 한 사람의 사주가 돼요. 그래서 같은 띠끼리도 성격이 전혀 다른 게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띠 하나로 나를 단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여러분은 띠 성격이 잘 맞는 편이세요, 영 안 맞는 편이세요?